가스라이팅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본인이 당한 일들이 가스라이팅이었는지 아닌지 알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알게 된 것이죠. 그만큼 많은 피해자의 상황들이 공개 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공론화가 엉뚱한 상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1. 전방위로 퍼지는 가스라이팅 논란
처음 가스라이팅 논란이 있을때만 해도 '가스라이팅, 그게 뭐야?' '나는 아니겠지'라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가스라이팅의 존재가 알려졌고, 그동안 본인이 당해왔던 일들이 가스라이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것입니다. 그만큼 가스라이팅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었던 것이죠.
'이런거 가스라이팅인가요?' '남자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어요'와 같은 검색이 끊임없이 이루어졌습니다.
2. 가스라이팅 미투?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계속 오르내리자, 예능 에서도 이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그게 가스라이팅이었다'는 등의 소재를 활용해 인터뷰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얼마 전 개그우먼 김지혜씨가 '내가 남편 박준형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에서 했습니다.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면 개그맨 박준형은 김지혜씨와 연애를 할 때 '나만한 남자 없다'고 계속 설득하며 결혼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는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할 때 '나만한 사람 없지'라고 이야기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지혜씨의 이런 이야기는 개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단어 선정에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3.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
가스라이팅의 뜻은 '정신적 지배'로 대상자를 세뇌시켜 가해자의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입니다. 대상자(피해자)는 모든 일이 자기의 잘못인 것 처럼 스스로 자학하게 되고 결국 가해자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가스라이팅은 이렇게 심각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나 가스라이팅 당했다'며 가스라이팅 자체를 별 일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하게 되는 일들이 벌어지려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성폭행(성추행)미투가 지속적인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처음엔 피해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 단어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면서 '나도 당했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게 되었죠.
그러나 너무 많은 주장이 나오게 되면서 '그런 사소한 것 까지 미투의 대상이 된다고?' 반문하며 사회적인 피로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펜스 룰'처럼 아예 '여성이 접근하지 않게 되면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피로의 증가는 현상의 외면으로 연결됩니다. 이제는 아무도 그때의 미투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당시 피해자들의 주장은 어느새 '별 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떠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본질이 희석된 것 처럼 가스라이팅에 대한 범죄적 본질도 점차 희석되어 가고 있습니다.
4. 사라지고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
성폭행(성추행)미투운동의 결말은 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요. 그에 비해 가스라이팅 범죄는 이제 수면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이전 미투의 문제가 강렬하게 사회를 강타 한 만큼 수면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것은 벌써 본질이 희석되었기 때문입니다.
본질이 희석된 만큼 고통스러운 피해자의 목소리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범죄를 가한 사람은 알지 못하지만 당한 피해자의 고통은 평생 가게 됩니다. 이런 큰 사회적 이슈가 가볍게 여겨져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이런 불행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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