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를 왕따 처럼 대하는 나혼자산다 제작진의 도를 넘은 모습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 혼자 산다는 2013년 처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을 때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를 조명하는 것이었습니다.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연예인들도 화려한 모습 뒤에 각자의 생활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그들의 외로움도 당신의 외로움과 다르지 않으니 힘내자'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방송에서 노홍철, 육중완, 김광규, 강타 등 다양한 연령대의 1인가구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람들에게 많은 귀감을 주었고, 그들 간에 이루어지는 서로 간의 위로 같은 게 따듯하고 보기 좋아서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더 응원하게 된 것이죠.

 

언제부터 문제가 되었나

메인 출연자였던 노홍철이 2014년 음주운전 사건으로 전격 하차하는 일이 벌어졌고 2015년의 나혼자 산다는 이도저도 아닌 금요일 심야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기안84, 전현무, 박나래의 출연이 화제가 되기 시작하면서 전현무-박나래-기안84-한혜진-이시언의 황금라인업이 만들어지면서 나혼자산다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오히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정체성은 사라지고 연예인들의 다양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나 혼자도 잘 산다'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관찰 예능이긴 하지만 연예인들이 좋은 집에 살면서 각종 취미생활을 하는 걸 보여주고 회원들끼리 해외여행 가는 걸 보여주는 등 하루하루가 힘든 1인 가구들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거죠.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 결혼했어요'나 '아빠 어디 가'를 보는 불편함이 나 혼자 산다에서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2014.11.30 - [문화생활/불편한 이야기] - '아빠 어디가'와 '우리 결혼했어요'가 불편한 이유.

 

'아빠 어디가'와 '우리 결혼했어요'가 불편한 이유.

몇년 전 부터 시작된 예능 트랜드 중 획기적인것은 아마 예능에 아이들을 단체로 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시초는 어디인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방송의 포맷을 확립

review009.tistory.com

 

나 혼자 산다의 변질

시간이 흐르면서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사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좋은 집, 외제차, 화려한 생활, 비싼 취미와 컬렉션 같은 걸 은연중에 보여주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방송이 되어버렸지요. 

물론 그들의 성공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닙니다. 그들도 열심히 살았고, 작은 확률에 인생을 걸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간 거죠.

그런데 나 혼자 산다 시청자들이 그 생활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처음 기획의도와는 너무 다른 길을 가는 게 아닐까요.

그러다 2016년 기안84가 네이버에서 숙식하며 만화를 그리는 모습이 방송되었습니다. 일반적인 1인 가구가 아닌 '회사에서 기숙하는 만화가'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 거죠.

'태사남-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기존에 없던 참신함으로 사람들은 기안84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이런 기안84를 악의적 편집과 자막으로 이상한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주식회사 기안84' 편에서는 직원들이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이상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면 얼마나 기안84의 모습이 방송에서 이상하게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한혜진과 전현무의 하차 이후 기안84의 노력

2019년 3월 한혜진과 전현무가 결별과 동시에 갑자기 하차하게 되면서 나 혼자 산다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그 이후 프로그램을 살리려는 기안84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안84는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마감에만 집중해야 하는 웹툰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촬영에 빠지지 않고 나왔으며, 해외 촬영 때는 장비를 들고 가서 현지에서 마감을 하며 촬영하는 등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패션왕의 퀄리티는 하락했고 강경한 사람들은 '방송이든 웹툰이든 둘 중에 하나만 해라'라고 하며 그를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안84가 방송을 그만두지 못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등으로 힘들어하든 그가 그 고통을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 '나 혼자 산다'촬영 때라고 밝힌 것입니다.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에게 탈출구였고, 작업실을 벗어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교감의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기안84의 이런 마음을 제작진이 몰랐다면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청률만을 쫒는 소시오패스에 불과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관찰 예능이라는 장르는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모습 중 재미있는 부분을 포장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장르인데 기안84 한 사람을 너무 이상하게 포장해서 가학적인 웃음만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MBC의 해명이 논란에 더 불을 지피는 이유

시청자들이 이런 가학적인 방송 진행과 편집에 대해 지적을 하자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해명을 했습니다. 

나혼자산다 인스타그램 사과문

https://www.instagram.com/p/CSzVTcfhpe-/?utm_source=ig_web_copy_link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사과문이 시청자들의 비난에 기름을 부은 이유는 문제의 시작이 '제작진'이 아니라 '멤버 간의 불화'에 있다는 회피성 사과이기 때문입니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모두 올 것을 예상해 캠프를 준비한 걸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장에 가서 전현무가 '나 혼자 왔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 실례 중에서도 이런 실례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멤버 간의 스케줄에 문제가 있다면 방송국이나 제작진 측에서 미리 확인을 하고 기안84에게 이야기를 해 그에 맞는 방송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게 몰래카메라라고 이야기를 하고 방송이 되었어도 상황이 가학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인데 이 방송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이 계속되자 올린 사과문이 '멤버 간의 불화는 없습니다'라고 올라오니 더욱 황당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기안84의 마감샤워를 대하는 제작진의 자세가 더욱 비난을 받는 건, 지난 3월에 있었던 '유튜브 채널 헤이나래 박나래 아동 성희롱 사건'으로 상당한 사회적 문제가 된 박나래를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서 눈물 흘리는 것으로 면죄부를 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기안84는 공황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혼자 산다가 망해갈 때 작품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쉬지 않고 출연해 방송을 살리려 노력한 사람이고 이런 기안84를 시청자들이 응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의 이런 안일한 사과와 대응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아랫입술 꽉 깨문 기안84 누가봐도 화난 표정인데 자막을 저렇게 썼다. ©MBC

 

기안84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최근 채널의 수가 많아지고 공중파 방송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다들 시청률에 목을 매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이 갖는 공정성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게 아닐까요?

나 혼자 산다의 개국공신이 노홍철/김광규/육중완 이라면 부흥기를 이끌고 간 건 기안84/박나래/전현무/한혜진/이시언 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박나래나 전현무는 그렇게 신경 써 주면서 기안84는 무시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기안84는 네이버 수요 웹툰에서 무려 10년간 거의 1등을 유지해 온 엄청난 작가입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1위의 자리를 유지한 다는 건 그만큼 작가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 제작진에게 기안84는 그저 '인터넷에 이상한 그림 그리는 만화가'정도 수준으로 보이나 봅니다. 

나 혼자 산다는 예전의 시청률과는 이제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고 심지어 어제 저는 채널을 돌리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나 혼자 산다는 제가 애정 하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되던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러나 애먼 사람 상처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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