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부터 시작된 예능 트랜드 중 획기적인것은 아마 예능에 아이들을 단체로 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시초는 어디인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방송의 포맷을 확립한건 SBS의 붕어빵이라고 생각합니다.
붕어빵은 처음엔 아이들의 관심도 등의 랭킹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가 연예인의 아이들 자랑 공간으로 변하더니 결국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과하게 포장해서 이야기 하는 거북한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한다는 프로그램의 의도는 사라진지 오래가 된 듯 합니다.
여하튼, 여기서 시작된 '연예인의 아이들이 방송에 나오면 시청률이 나온다'는 트랜드를 가지고 전혀 새롭게 접근한 것이 '아빠 어디가' 입니다.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라는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이름을 더욱 친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아이들은 스타가 되었고 아이들의 아빠 역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아빠 어디가 누구누구의 아버지'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빠들이 아이들의 덕을 본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당연하게도) 유사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습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입니다. 아이들의 연령대는 더 낮아졌고 아빠들과 어딜 가는게 아닌 집 안에서의 아빠들과 아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무뚝뚝한 아빠가 아닌 정말 슈퍼맨 같은 모습과 자상한 아빠, 아빠도 부모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유사프로그램도 소위 '대박'을 쳤습니다. 한동안 온통 광고판이 '사랑이'모습으로 가득 찼었죠. 물론 추성훈 모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이쁘기도 했습니다만...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주는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 방송은 어른들의 '리얼'이름이라고 포장 된 '기획된 방송'이었지만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현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마치 방송에서 나온 것 처럼 현실의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해 주지 않으면 부족한 부모님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방송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소위 '방송을 타면'대박이 난 곳은 수도없이 많습니다. 특히 맛집 프로그램에 의한 음식점들이 그랬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지만 그 실상은 처참합니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방송용 손님을 사고, 맛집인것 처럼 포장해 방송을 내보내지만 방문 해 본 사람들은 ' 가보니 별로야'라는 말을 하게 되는 일회성 손님들을 양산하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오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부모간의 따듯한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닌 수많은 PPL(방송 협찬제품)으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안그래도 고가의 유아/아동용품 시장에 불을 지핀 것이죠.
방송 속에서 이미 아이들은 없어졌습니다. 화면속엔 어른들의 탐욕만 남았고 아이들은 한명의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힘들어 하는. 수많은 아역 배우들이 어릴 때 있었던 힘든 기억들을 트라우마로 남긴 채 어른이 된 것을 방송에 나와 이야기 하는 걸 볼때마다 이런 '아동 리얼 버라이어티'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안타깝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방송의 시청자에 대한 폭력'입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서 '결혼해라', '애낳아라' 라는 강요를 국가 차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수가 국가의 힘이고 원천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결혼을 하기 싫어서 안하는게 아닙니다. 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월급으로 부양가족을 먹여 살린다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죠. 그런데 방송에서 '이거 봐, 애 낳으면 이렇게 재미있고 귀여운데 안낳을꺼야? 낳아 낳으라고. 놀이공원도 데려가고, 이런 이쁜 옷도 사 입히라고' 이렇게 강요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상경혼 이라는 포맷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결혼 그 자체가 아닌 '가상결혼의 화려함'만을 강조하는 것을 보며 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과 같은 압박감을 느낍니다.
국민 수는 국가의 경쟁력이자 힘 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다양한 거물들이 나오는 것은 인구 자체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나라 보다 뛰어난 사람도 많이 나오고 경제규모도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나 결혼율을 보면 상당히 낮은 것에 걱정이 됩니다만, 결혼 적령기의 한사람으로서 '일단 결혼만 해봐'라는 식의 근본적인 대안 없는 무책임한 정부의 정책이나 방송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계속 방송할 것이고 '우결'도, '아빠 어디가'도 방송하겠죠. 어쩌면 방송의 이런 모습에서나마 '대리만족'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광 때문에 이 방송들이 한동안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한번 눌러주시는 하트는 큰 힘이 됩니다! ^^ ↑↑↑
궁금하신점은 댓글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