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OECD에서 인구 당 가장 많은 자영업자 수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둘러보면 정말 많은 편의점들과 치킨집들이 있죠.

이렇게 자영업을 시작하신 많은 사장님들은 회사에서 정년퇴직이나 정리해고를 당하신 분들이 퇴직금과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시작한 분들입니다.

각종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가서 설명을 듣고 가맹점을 열어 장사를 시작하신 분들이죠.

 

그런데.

95%의 자영업자는 망합니다. 성공률은 5%입니다. 이는 자영업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자신이 5%안에 들어갈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자여업을 시작하는 걸까요. 95%가 될 확률이 더 높은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노동을 해야 하는 분위기.

제가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노동사회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이 아닌 일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눈치 이야기 입니다.

왜 편의점 사장님들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

 

당신을 위한 편의점 CU - 네 고마워요. (사진은 아래 작성 내용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CU맥주할인 자주 해 줘서 고마워요 ^^)
당신을 위한 편의점 CU - 네 고마워요. (사진은 아래 작성 내용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CU맥주할인 자주 해 줘서 고마워요 ^^)

 

 

노동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여기 정년퇴직을 한 A씨가 있습니다. A씨는 회사에서 중역까지 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20년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집도 사고 아이들도 키우느라 돈을 많이 모으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퇴사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통장에 넣어 놓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통장에 넣은 퇴직금은 현재 이자수익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퇴직금을 냐금냐금 먹어가며 살고 있는 것이죠. 그래도 불만은 없습니다. 회사에서 배운 사무 정리 기술만으로는 할 수 있는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장사나 뭘 하느니 그냥 집에 있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퇴직하고 일년쯤 지나니 슬슬 몸이 무뎌지는 게 보입니다. 그래도 참습니다. 퇴직금을 날리면 끝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젠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주위 사람들이 A씨의 부인에게 '남편이 집에서 논다고? 왜? 능력 없나봐? 집에서 놀게.' 이런 이야기가 자꾸 들립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집애서 논대' 아내도, 아이들도, 슬슬 눈치를 줍니다. '집에에서 노는 아빠'가 된 것입니다.

A씨는 결심을 합니다. '그래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까먹느니 뭐라도 해야 눈치라도 안보겠다' 그리고 A씨는 각종 프랜차이즈 박람회 등을 전전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여정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갔더니 가장 많은것이 치킨집과 커피전문점과 떡볶이집 입니다. A씨는 치킨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으니까요. 커피전문점은 한번 들어오면 죽치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탈락, 떡볶이집은 단가 낮은 애들장사라고 생각해 탈락. 기타 순대국집과 무슨무슨 알 수 조차 없는 수많은 프랜차이즈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 이렇게 자영업자가 많았나 싶습니다. 박람회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자로 보입니다.

A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일이 뭘까.

치킨집은 많기도 하지만 치킨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았습니다. 여름에 땀이 많은 A씨에게 기름 앞에서 하루종일 치킨을 튀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도 했습니다.

커피전문점에서 바리스타가 되는 건 의외로 쉬워보였지만 아니었습니다. 믹스커피만 먹어 온 A씨에겐 수많은 커피들은 쓴맛과 신맛만 있을 뿐 너무 어려웠습니다. 기계를 다루는 것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떡볶이집은 떡이 퉁퉁 불어버리면 맛이 없었습니다. 고객회전이 빠른 장점이 있지만 고객 단가가 낮은 것은 단점이었습니다. 떡볶이집도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 보니 A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음식을 만드는 일'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세상에는 물건을 파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만들어서 팔던지, 남이 만든것에 내 마진을 붙여서 팔던지. A씨는 결심합니다. 그래, 남이 만든것을 팔자. 제작된 물건의 기복도 없고 규격화 된 물건을 판다면 최소한 맛이 없다고 클레임이 걸리지는 않겠지.

A씨는 대기업 편의점 체인본부와 중소기업 편의점 체인본부 중 대기업 체인본부로 갑니다. 처음 시작할 때 기업이미지를 등에 업고 시작 할 심산이었습니다. 타 매장 연수 교육은 몸이 힘들었지만 그나마 다른 부분은 맘에 듭니다. 끝없이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내가 매장을 열면 이 손님들이 다 내 손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A씨는 드디어 매장을 열었습니다.

 

오픈빨. 그리고 손님들.

매장을 여는 날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축하를 해 주러 온 가족, 친지, 친구, 그리고 전 직장 동료들까지.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오싹하고 짜릿합니다. 그래 이거였어. 그런데 그 흥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두달 쯤 되니 본사에서 점지 해 준 자리 근처에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섭니다.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하면서 A씨를 위협합니다. A씨도 이에 질세라 행사를 시작 합니다. 행사를 하면서 매출은 점점 늘어나지만 수익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고민끝에 A씨는 야간 알바생 없이 본인과 부인이 12시간 씩 교대로 하기로 합니다. A씨의 부인도 힘들지만 동의합니다.

근처에 편의점이 생기면서 손님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두 업체가 비슷비슷한 행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근처 편의점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은 할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서 경영이론이라는 책을 몇권 사 읽어봤는데 무슨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갑니다. 책 살 돈만 날린 것 같습니다. 가격을 내리면, 1+1행사 같은 걸 하면 매출은 늘지만 수익은 제자리 입니다. 답답합니다.

편의점을 시작한지 1년. A씨와 A씨의 부인은 이제 편의점을 그만하고 싶어집니다. 편의점을 시작하면서 받은 대출을 갚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100여만원. 보증금이나 권리금을 낼 돈이 부족해서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매장을 열었기 때문에 손님도 별로 없습니다. 몸과 마음이 피로합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수레바퀴

A씨는 편의점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여기서 멈추면 여태까지 들인 비용과 시간 모두가 허사가 됩니다. '편의점 폐업 위약금'이라는 폐업을 계약기간 이내 했을 경우 물어야 하는 위약금도 있다고 합니다. 이젠 멈출 수 없습니다. 레밍 쥐 처럼 내가 가는게 아니라 뒤에서 밀기때문에 갑니다. A씨의 부인은 이제 더이상 힘들어서 12시간 근무를 할 수 없습니다. A씨가 낮에 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편의점을 운영합니다. 그래도 알바가 무슨 일이 생겨서 전화를 하면 가게에 나가야 합니다. 쉬는게 쉬는게 아니고, 자는게 자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또 일년이 지나고 결국 A씨는 떨어지는 매출과 수익을 감당하지 못해 편의점을 닫습니다. 남은건 집을 담보로 해서 받은 빚과 그 빚이고 A씨는 그 빚을 갚기 위해 밤에 대리운전을 합니다. 이마저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편의점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편의점은 진입장벽이 낮은 직종입니다. 제품엔 가격이 매겨져 있고 단순히 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 편의점의 이면에는 수많은 제품의 판매량 예측이 필요합니다. 유행과 판매량을 보고 예측을 할 수 있는 경영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습니다. 하루이틀 배워서 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한 직장에서 근속년수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들 '사장님'이 되고 싶어하죠. 그렇지만 제대로 된 교육이 없이 무리하게 뛰어 든 '사장님'은 대부분 망합니다. A씨도 그 중 한명입니다.

A씨는 장사에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장사를 시작 한 것입니다. A씨는 어쩌면 베란다에서 상추나 대파를 심는것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게 보이는 일, 그리고 나이가 들면 꼭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A씨와 같은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자신의 기준에서 노동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들을 질투하고 손가락질 하는게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편의점에서 일하고 계신 A씨들을 응원합니다. 힘드시겠지만... 힘드시겠지만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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