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0일은 n번방 방지법이 효력을 발휘한 첫날이며 오늘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 법안의 시행에 대해 '인터넷 검열'이라며 큰 우려와 함께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n번방 방지법'은 조주빈에 의해 일어났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시작해 실제 법안으로 정해진 법안 입니다. 

법의 내용을 요약하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촬영당한 음란 영상물(성착취물)을 전송하거나, 보유하거나, 시청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게 이 법안의 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은 2020년 5월 국회의원 176명의 동의로 통과되었으며 오늘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있는 이 법안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 법안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 해 보았습니다. 

 

0. 먼저 읽고 오면 도움이 되는 글

아래 글은 제가 2015년에 최초 작성하고 2020년에 손정우에 대한 송환 금지 판결을 보며 수정한 내용입니다.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15.04.23 - [IT 이야기/IT 뉴스] - 야동 다운로드 받으면 처벌 받나요? -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야동 다운로드 받으면 처벌 받나요? -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동청소년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이 나오는 음란 동영상을 소지하거나 재배포하는 행위는 무조건 위법행위에 해당하며 해당 법률에 따라 처벌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성인이 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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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도 진행중인 n번방 피해자들의 고통

조주빈의 체포로 n번방 사건에 대해 일단락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n번방 사건은 진행 중입니다. 

수많은 다크웹과 존재조차 알기 어려운 파일 전송 시스템 등에서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n번방 방지법'을 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영상물이 촬영될 때 영상에 촬영된 사람들은 촬영에 동의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바뀌었을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 영상물이 빨리 사라지길 원하지만 아무리 삭제요청을 해도 일시적인 방편일 뿐, 영상물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공유됩니다.

'잊힐 권리'는 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본인의 몫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물 삭제에 대한 비용은 피해자가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게다가 웹하드 사이트를 여러 개 운영하는 업체에서 한 곳에서 삭제하고 다른 곳으로 다시 업로드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한번의 실수, 또는 한 번의 범죄 희생자가 된 것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2.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자?

사람들의 성적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에 기반한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이런 성적 취향은 개인의 기호이기도 하지만, 아주 친밀감이 있는 사람과는 이런 성적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성적 취향을 공유하는 것 역시 성적 취향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음란물의 공유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이런 파일을 업로드 하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n번방 금지법 이전에도 음란물을 인터넷에 게시 해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음란물을 유통하는게 인터넷 게시판이 아닌 텔레그램이나 카톡같은 메신저로 변형된 것이죠.

문제는 사람들이 공유한 영상이 '성 착취물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에 소환되어 왔을 때 '이게 그런 영상인지 나는 몰랐다'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자신의 주장과 상관 없이 범죄자가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음란물을 공유하는 게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의도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다 보니 처벌의 수위 역시 애매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영상 공유로 '나도 모르게 범죄자'가 되는 상황은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하게 합니다.

어차피 이것을 처벌하더라도 벌금형이나 약식기소 정도에서 그치고 감옥에 가는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때문에 처벌의 의미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이는 엄청난 행정력의 낭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 국민을 감찰해야 하는 '감독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범죄와 관련된 법을 제정하는 의도는 '처벌'보다 '예방'에 있기 때문입니다. 

 

3. 텔레그램은 막을 수 없는가

인터넷-메신저-텔레그램-로고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로고

'n번방 방지법'의 대상 업체는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기업입니다. 

'n번방 사건'의 주요 범죄는 독일에 서버를 두고 있고 전 세계에서 이용하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에서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해외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범죄는 텔레그램에서 일어났는데 왜 국내 기업을 단속하는가'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법 영상물을 공유할 수 있는 해외 메신저 앱이 텔레그램만 있는 게 아닙니다. 

메신저-스냅챗-로고
메신저 스냅챗 로고

해외 10대~20대가 폭발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앱인 '스냅챗'을 사용한 음란물 공유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스냅챗의 특징은 메시지를 보내고 나면 10초 후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된다는 것입니다. 

삭제된 메시지는 서버 그 어디에도 남지 않고 사라집니다.

스냅챗 역시 미국에서 서비스 중인 메신저 앱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자가 적을 뿐, 음란물 공유 범죄가 일어나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스냅챗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업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 해 버린다면 텔레그램이나 스냅챗, 딥웹(다크 웹) 등 헤비 업로더나 코어 유저층이 몰려있을 수 있는 부분에 행정력을 집중해 모니터링할 수도 있겠지요.

 

4. 사전검열과 헌법

이 포스팅을 읽으신 분들은 '그래서 당신은 사전 검열에 찬성하는건가?'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사전검열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며, 일어나지도 않는 범죄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 하는 것을 맹렬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n번방 방지법 시행'에 대해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시행 초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표면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 헌법 21조 위배 여부

우리나라 헌법 2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ㆍ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ㆍ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ㆍ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n번방 방지법은 21조 2항의 '검열'에 대한 부분에 문제가 큽니다. 

'21조 2항의 사전검열 금지'는 헌재 1992. 2. 25. 89헌가104에 명시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어낸 소중한 국민의 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n번방 방지법이 국민의 활동에 대한 사전 검열이나 '신체적 자유와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 잠재적 범죄자 취급

앞에서도 한번 언급한 '국민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이 범죄자 취금에 대한 대상이 '남성'으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이미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정의'하는 뉘앙스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구분이 인터넷상에서 진영논리로 작용해 사람들을 분열시킬 수 있습니다.

불법촬영물 이용 제한' n번방 방지법이 '검열'이라는 남초커뮤니티-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21008560003453

 

'불법촬영물 이용 제한' n번방 방지법이 '검열'이라는 남초커뮤니티

지난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제정된 일명 'n번방 방지법' 중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시행에 맞춰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 그룹채팅방 등에 불법 촬영물 이용 제한 조치가 적용

www.hankookilbo.com

 

5.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시대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전부가 된 것은 스마트폰 시대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도 인터넷이 있었지만 우리의 모든 생활은 인터넷과 인터넷이 아닌 세상으로 구분되어 있었지요.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인터넷의 발전 속도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알파고'같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생활 속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도 알지 못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예언자의 눈으로 자신이 저지를 범죄를 미리 보게 된 주인공 (c)20세기 폭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과학이 발달하고 기술이 발달한 미래 세계에서 '예언자 3인'이 '일어나지 않은 범죄의 범죄자를 체포하는'이야기입니다. 

일어나지 않은 범죄의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만으로 검색한 사람의 심리를 알아내는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우울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검색 포털에 검색만 해도 '우울증 도움의 전화'같은 내용이 상단으로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죠.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의 출현을 예견했습니다. 

이번 'n번방 방지법'이 '빅브라더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인지,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위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민주주의는 이 부족함을 상호 간의 토론과 논의를 통해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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