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tvN 토일 드라마 지리산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 작품은 김은희 작가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잘 보여준 작품으로, 김은희 작가의 전작들과 함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줄거리

지리산 해동분소에서 활동하는 레인저(산악구조대) 서이강과 강현조는 지리산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을 알게 되고 조금씩 진실에 접근 해 갑니다.

지리산에서 발생하는 계속된 살인사건의 주범은 누구인지, 살인사건 희생자들과 검은다리골은 어떤 관계인지 파악 해 가던 중 서이강은 하반신을 못쓰는 사고를 당하고 강현조는 의식불명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산을 떠나지도 살아 돌아오지도 못하는 귀신이 되어 산에 남은 강현조는 다시 해동분소로 돌아온 서이강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범인 체포를 돕게 되는데...

지리산-공식포스터-서이강(전지현)-강현조(주지훈)
지리산 공식포스터, 서이강 강현조

2. 작품의 전반적인 문제점

지리산은 김은희 작가가 '시그널'이후 tvN에서 작업한 첫 드라마 입니다. 

전작인 시그널은 '과거와 현재가 무전으로 연결되어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하고 거대한 정치적 스캔들을 파헤치는'수작이었지요.

이 작품은 2016년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받을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리산은 김은희 작가의 특허인 '장르 드라마'에서 발휘되는 스피디한 전개가 전혀 발휘되지 못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사건의 발단과 사건의 해결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것입니다. 

전작인 '시그널'은 실제 미제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이 큰 사건 안에서 방향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였는데, '지리산'은 그렇게 진행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작아서 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리산 속을 헤집는 연쇄살인마' VS '대통령이 되려는 현직 비리 국회의원'은 그 스케일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게다가 TV작품이라 그런지 둘 다 16부작으로 맞춰져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길이를 늘이기 위해 불필요한 군더더기 에피소드가 들어가게 되고 슬로우모션이 남발됩니다. 

이런 군더더기를 줄여 8부작 정도로 줄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 불필요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

지리산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은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 '스위트홈'등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작품을 연출한 감독입니다. 

그러나 지리산 전 작품인 '스위트홈'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지적받았습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위트홈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괴 바이러스의 출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데, 과감한 특수효과와 연출로 좋은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스위트홈에서 지적받았던 부분은 연출입니다. 

주인공들의 액션신에서 나오는 이미지드래곤즈의 '워리어' 후렴부가 너무 많이 반복되고 연출이 늘어집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이번 지리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산에서 활약하는 레인저이기 때문에 산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슬로우모션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배우들 역시 슬로우 모션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움직임이 과장되어 표현됩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서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16부작이나 되다 보니 너무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품인 '킹덤 - 아신전'에서도 이와 동일한 지적을 저는 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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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아신전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김은희 작가의 '킹덤'에서 스핀오프된 '아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 아신(전지현 분)이 각성 전과 각성 후의 행동이 너무 많이 차이가 나고, 스토리에 군더더기가 많은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작품인 지리산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문제점이 나타나는걸로 보아 아신전 집필 후 바로 쉬는 시간 없이 지리산을 집필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4. 과도한 PPL

PPL(Product Placement)는 '간접광고'라는 뜻으로 최근 우리나라 방송에서 작품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작품에 몰입하려 하면 그 흐름을 끊는게 작품의 PPL입니다. 

상품의 광고를 작품에 잘 녹여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영 이상한 장면이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TV작품 전작인 '시그널'에서 논란이 된 PPL은 서브웨이 샌드위치였습니다.

갑자기 집에서 손님이 왔는데 샌드위치가, 게다가 전용 컵에 들어있는 음료까지 나오는 황당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지요.

지리산은 산이 배경이다 보니 등산용품 제조업체인 코베아의 제품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코베아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산에서 에그드랍 샌드위치를 먹는다던가, 갤럭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드론을 날리고, 유산균 제품을 먹는 등 이해하기 힘든 PPL이 과도하게 연출됩니다. 

이번 지리산에서 등장한 PPL 제품이 더 불편한 것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급상승한 작품의 제작비들로 인해 다양한 PPL제품이 드라마나 예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이 많은 비난을 했지만, 이제는 이런 걸 어떻게 작품에 잘 녹여내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더욱 화를 내기도 합니다. 

얼마 전 SBS에서 방송한 '조선 구마사', 최근 JTBC에서 방영 중인 '설강화'처럼 역사를 왜곡하여 사람들의 분노를 산 작품에 PPL로 등장한 제품들의 불매운동으로 제작지원 취소 사태가 시청자들의 PPL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은희 작가는 장르소설 전문 작가이기 때문에 이렇게 에피소드의 중간에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상황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작 지리산에서도 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보입니다.

5. 사람들이 킹덤에 열광한 이유

김은희 작가 집필하고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킹덤 시즌 1, 시즌2'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작품의 가능성을 입증해 준 기념비적인 엄청난 작품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라는 기획의 독창성, 그 중심에 있는 '생사초'라는 식물에 기생하는 기생충의 미스터리함이 작품의 흥행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작품의 속도입니다. 

작품명 런닝타임 회차
시그널 1시간 10분 16회
킹덤 시즌 1 43~56분 6회
킹덤 시즌 2 36~52분 6회
지리산  1시간 10분 16회

위 표에서 본 것처럼 킹덤의 작품 진행 속도는 가히 엄청납니다. 

심지어 킹덤 2에서는 반복되는 진행 형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진행속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스피디함이 킹덤의 성공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그에 반해 시그널, 지리산은 김은희 작가의 장기인 스피디한 전개를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특성인 과감한 제작지원, 19세 이상의 관객이라는 플랫폼이 갖는 장점도 작품을 마음대로 제작할 수 있게 한 요소 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은희 작가의 다음 작품은 본인의 장기를 잘 살린 스피디한 장르물 이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제하면 지리산은 꽤나 훌륭한 작품입니다. 

'산'이라는 숨을 곳이 많은 장소에서 활개 치는 연쇄살인마라는 독특한 설정이 저는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김은희 작가의 다음 예정작인 SBS 드라마와 '시그널 시즌2'가 기대됩니다. 

'킹덤'에서 작가의 역량을 보았고, '지리산'에서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새로운 작품에 큰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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