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포르노'는 가난한 사람들 또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생활을 보여주면서 모금을 하는 자선단체의 영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영상을 본 사람들의 상당수가 자선단체에 기부를 할 결심을 한다고 하죠.

빈곤 포르노와 최저임금제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어처럼 보입니다. 

최저임금이란 근로자가 받는 것이고, 자선단체의 모금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린이들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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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시대의 소년 노동자들 (c) Britanica

 

1. 최저임금과 주 40시간 근무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에서 정착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아직도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들이 많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고용주가 지급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사업장이라면 직원들에게 월급 주기가 더욱 어려워 지겠지요.

그러나 사업 업종 자체가 경쟁력이 약해져서 급여 지급이 어려워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윤석렬 후보가 최근 공약으로 내세운 것 중 '150만원 받고도 일할 사람이 많다. 사업장의 최저임금 제한을 없애겠다'가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120시간 근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에 정한 대로라면 2022년 최저임금은 월 '191만 4천440원'입니다. 

그리고 법정 주간 최대 근로 시간은 '52시간이며, 40시간 + 12시간'으로 지정되어 있지요.

그런데 사업장에서 월급 주기가 어려워 주당 40시간을 근무하는 사람에게 150만원도 못준다면, 그 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2. 가난은 노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선입견

윤석렬 후보의 이 주장에는 빈곤계층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빈곤함은 게으르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당장 먹고살게 없으면 150만원도 많은 월급 아닌가? 일해서 그거라도 받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의 바탕은 그의 성장배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사시 9수'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사시 9수를 했다는 것은 그 당시로는 상당히 많은 돈이 드는 일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윤석렬 후보의 가정이 그만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졌다는 것이고, 윤석렬 후보는 그 당시 사람들이 처해 있는 노동환경에서 일을 해 보거나 현실적인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뜻이죠.

 

3. 전쟁 이후에 멈춰있는 그들의 노동관 

운석렬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연령대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60대 이후입니다. 

60대 이후의 사람들은 소위 '전후세대'로 50년대에 태어나 60, 70년대를 살아오신 분들이죠.

이 분들의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노동을 하신 분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때만 하더라도 노동연령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어린이라고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구두닦이 하는 소년, 껌을 팔러 다니는 소녀, 공장에서 일하는 10대와 같은 분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신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가난'이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난의 극복'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배를 곯을 일은 없어졌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노동관은 '가난하면 일을 하면 되고, 적은 월급을 받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가 되는 것입니다. 

운석렬 후보의 '월급 150만원'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지지자들 역시 이러한 그의 주장을 '당연하다'며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4. 빈곤 포르노가 만들어 낸 합리화

저는 EBS 방송을 매우 좋아합니다. 

다큐도 좋고, 요즘엔 예능형 교육방송도 많아져서 재미있게 보고 있지요.

그러나 EBS의 구호단체 광고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겨울이 되니까 추워요', '할머니가 일하러 가면 남은 손자는...'으로 시작하는 구호단체의 광고를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광고를 보면 우리나라에 아직도 가난한 사람이나 할머니가 손자를 돌보는 집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광고를 보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은 주로 '본인이 어릴 때 그런 환경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생활 형편이 좋아진 사람들 이거나 다른 사람을 지원 할 정도로 소득이 많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구호단체 역시 이러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광고를 하는 것이죠.

그러나 윤석렬 후보의 '150만원 이하의 급여'가 된다면 이런 분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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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공장에서 일하는게 맞는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게 맞는가? (c) The Star

'나라에서 최저임금까지 낮춰가며 일자리를 이렇게 늘렸는데, 저 아이들도 공장에서 일을 하게 하면 될게 아닌가?'라 되겠죠.

제 생각이 지나쳤을까요? 아닙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 말을 한 사람의 말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마리 앙뜨와네트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음해세력이 만든 이야기죠.)

그런데 지금 윤석렬 후보의 발언은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면 실제로 그렇게 할 것 같네요.

 

5.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7위의 선진국이고, 국가에서는 국민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구호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직 많은 '빈곤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런 분들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하는 방식이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라면 과연 올바른 방식일까요?

'임금이 적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6. 모두가 가난해지면 되는 건가?

만약 최저임금이 사라지고 윤석렬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150만원 이하가 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지출 역시 줄어듭니다. 

지출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세입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 수입이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재산세, 종합소득세 모두 감소합니다. 

세금이 감소하면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없애고 낮은 임금의 노동자를 고용해 취업률을 높인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국가의 경제가 움직이는 최소한의 원칙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가 원하는 것은 모두가 가난하고 소수만 배부른 세상이 되는 것일까요?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가 붕괴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무너지면 장담하건대 모든 사람들이 '빈곤 포르노'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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