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4일 2021년 사면자 명단에 전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에 다들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사면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유와 그 이면에 숨은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일

박근혜의 사면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올해 초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인터뷰 후 한바탕 후폭풍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여론은 '두 사람 모두 범죄자인데 민주당에서 사면을 논한다니 제정신인가'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대화합을 위해 사면을 결정했다'라고 말하며 사면을 사실화 했습니다. 

문제는 박근혜의 사면을 법무부에서 조차 재가(다시 생각 해 볼 것)를 권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박근혜의 사면이 지금 국정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 박근혜의 사면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를 사면하며 '국민 대통합과 건강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국민 대통합에 대한 부분은 사람들 간에 이견이 있겠지만, 건강문제에 더 큰 방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수감기간 중 받은 여러 수술의 후유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 삼성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사면 소식 역시 삼성병원의 병실에서 들었다고 전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을 고려 할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겠죠.

소위 '친박'계의 사람들 주장에 따르면 '병세가 너무 좋지 않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4년 9개월 수감기간 동안 상당시간을 병원에서 보낼 만큼 건강에 문제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긴 합니다. 

 

3. 사면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감옥에 수감된 사람도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교도소 밖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특히 정치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경우 '봐주기 입원'이라고 할 정도로 외부 병원으로 나가는 일은 왕왕 발생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수감자의 건강상태가 나빠져 정상적으로 교도소 안에 수감될 수 없는 경우 '형 집행 정지'를 통해 교도소를 나와 병원에서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문재인 대통령은 '형 집행 정지'가 아닌 '사면'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4. 형 집행 중 박근혜가 사망할 경우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며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사람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죠.

심지어 박근혜가 탄핵 된 이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석방을 주장하며 시위를 했습니다. 

그 정도로 탄탄한 소위 '팬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교도소에서 수감 중에 사망했다면 그 화살은 모두 현 정부와 민주당에게 원망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무시무시한 비난을 담은 메시지와 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가 투옥 중 사망하지 않도록 사면을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5. 박근혜 동생 박근령의 출마 저지

12월 22일 박근혜의 동생 박근령이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 출마한다'며 갑작스레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박근령은 육영재단 전 이사장 출신으로 아직도 정치권이나 경제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박근령의 출마는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보다 '박근혜의 석방을 요구'하며 박근혜 지지자를 모은 뒤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윤석열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목적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박근령의 출마 선언이 오늘 박근혜의 사면으로 상당히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남북통일' 만으로는 출마 명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6.  '박근혜 석방'을 보수진영에서 주장하지 못하도록

얼마 전 안철수 대선출마 후보자가 길에서 '박근혜 이명박을 석방하라'는 간판을 들고 거리에 서 있던 게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박근혜의 투옥은 보수진영에서 민주당을 괴롭히기 좋은 소재입니다. 

따라서 이번 석방을 통해 보수진영에서는 더이상 '박근혜 석방'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박근혜는 사면하는데 이명박은 왜 사면하지 않는가'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죄질도 다르고 지지자들의 성격도 다른 만큼 박근혜 석방만으로 보수진영이 내세울 큰 압박 하나가 사라졌다고 분석됩니다. 

 

7. 윤석열 후보에게 화살을

오늘 삼성의료원에서 카메라에 잡힌 박근혜 대통령은 파란색 환자복에 마스크를 썼지만 상당히 초췌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방송에 중계되면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들에게 '박근혜를 감옥에 넣은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국민의 힘 쪽을 지지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 지지자들의 투표 성향은 '박근혜를 감옥에 넣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다'가 되어 '국민의 힘'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지지자들에게 국민의 힘은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윤석열이 출마한 당'이 되었고, 윤석열은 다시 수세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윤석열이 '박근혜를 사면시키겠다'는 주장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맥이 빠졌고, 박근혜 지지자들은 이제 보수에 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8. 이재명 후보의 짐을 덜기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게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면은 큰 압박이었습니다. 

항상 '박근혜 대통령의 사면을 고려하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기자들의 이 질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 사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압박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박근혜 사면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져야 할 큰 짐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물론 이재명 후보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항상 주장하는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 사람이 사면되는 게 달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곧 다가올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에서 이를 문제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입니다.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첫 국회가 열렸을 때 분명히 국민의 힘 쪽에서는 '박근혜 이명박 사면'을 주장하며 보이콧을 해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국민의 힘의 모습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 쪽에서는 어떠한 전략을 세우긴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오늘 사면으로 이 짐까지 덜게 되었습니다. 

 

9. 분노하는 홍준표

오늘 사면소식이 알려진 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을 때 홍준표 의원도 강한 불편함을 표현했습니다. 

박근혜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반간계'를 써서 보수를 분열시켰다'라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죠.

반간계는 적에게 첩자를 보내 적 내부에서 이간질을 통해 분열을 발생시키는 계략입니다. 

홍준표가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이번 사면이 얼마나 보수진영에게 큰 폭탄을 던진 건지 알 수 있습니다. 

 

10. 하지만 남은것

박근혜의 사면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아직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에 멍이 남아있는데 내려진 사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박근혜 사면에 대해 혼자 단독적으로 결정한 이유도 이러한 비난에 대한 주위의 우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비난을 본인이 혼자 짊어질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는 오늘 사면 후 담당 변호사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국민께 송구하고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오늘 제가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하루 종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쓰는 사람들이 진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인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면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국민의 힘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예 기본적인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사면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거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건 오늘 사면 소식이 알려진 이후 빠르게 식어가는 커뮤니티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이 단순히 '국민 대통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전략적이고 완벽한 타이밍을 고려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짊어져야 할 짐이 더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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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료원에서 촬영된 박근혜의 모습 출처: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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