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0대~70대에게 '전쟁' '빨갱이' '공산당'이라는 단어는 자신들이 경험한 시대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전후세대인 50대 이하는 전쟁도, 공산당도 경험 해 본 적이 없죠.

얼마 전 신세게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이라는 키워드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인지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너의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는 신세계의 주식 가격이 말해 주겠죠.

 

1. 매카시즘과 공산당 축출

우리나라 '반공', '멸공'프레임은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과 크게 닮아 있습니다. 

매카시즘이란 미국 위스콘신 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조세프 메카시'가 주장한 1950년~54년까지 미국에서 있었던 '공산당 색출작업'을 말합니다.

'미국 의회 안에 공산당이 활동하고 있고, 이를 색출해야 한다'는 주장 아래 수많은 사람들을 의심하고 조사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매카시는 실제 공산당이 활동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지 못했고 그의 정치적 생명은 끝난 거나 다름없게 되었죠.

그러나 매카시즘은 그 이후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 습니다. 

극단적인 매카시즘을 보여주는 Catechetical Guild Educational Society의 어느 만화책. 1947년.
극단적인 매카시즘을 보여주는 Catechetical Guild Educational Society의 어느 만화책. 1947년.

이러한 매카시즘은 우리나라의 50~80년대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나라는 1950년 6.25전쟁을 겪으면서 '공산주의'라는 단어의 공포를 몸소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전쟁 이후 약 30년에 걸친 '반공', '멸공'에 대한 내용은 우리에게 '공산당=악의 축'이라는 의식을 갖게 하는 데 충분했죠.

특히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안 아래 수많은 청년들이 고문과 모함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억울한 피해를 당했습니다. 

'저놈은 공산당'이라는 한마디로 감옥에 가는 세상이었으니까요.

 

2. 포스트 인터넷, 포스트 북한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고 전 세계가 '인터넷'이라는 곳에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죠.

제가 어릴때만 하더라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많이 불렀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젊은이들은 '통일을 꼭 해야 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그들의 삶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삶이 있다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삶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더이상 북한을 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품어야 할 민족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미사일같은걸 쏴서 주가를 떨어뜨리는 '귀찮은 행동'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문제 국가 정도로 인식하고 있죠.

그들은 '종전은 환영하지만 통일은 글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전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제에 좋은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지만 통일은 많은 손실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죠.

 

'선제타격 구축' 기자회견을 하는 운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 (c)SBS
'선제타격 구축' 기자회견을 하는 운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 (c)SBS

이번 '멸공'프레임은 세대를 분열시키기 위한 아주 좋은 키워드 입니다. 

70대 이후에게 '저놈이 빨갱이다'라는 말 한마디만 있으면 비난과 맹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고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가 필요하고 그동안 이 이슈는 다시 사라집니다.

그래서 젊은층과 노년층을 구분하여 공략하기 위해서 '젊은이들이 빨갱이에게 현혹되고 있다'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윤석열 후보는 '북한을 선제타격해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고 있죠.

이러한 윤석열 후보의 주장은 매카시즘과 연결된 미국 '매파(전쟁 주의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특히 운석열 후보의 대북 공약의 세부적인 부분은 '네오콘(80년대 이후 우익 정치자들)'의 논리와 정확히 일치하죠.

 

3. 백병전 시대의 종말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문제입니다. 

70대 이상에게 전쟁이란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이 전부입니다. 

이 두 전쟁은 실제 전쟁터에서 총과 대포, 폭격을 활용한 마지막 전쟁이었습니다. 

소위 '백병전'이라고 할 수 있는, 병사와 병사가 직접 전쟁하는 거의 마지막 전쟁이었죠.

그러나 현대전은 미사일과 전략폭격기의 시대입니다. 

병사들이 몸으로 싸우지 않고 경제력이 강해 미사일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이깁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폭격을 상대방에게 가하고 전쟁이 끝나죠.

이러한 현대전을 모르는 70대 이상이 '북한? 전쟁해서 압록강까지 쓸어 올라가 없애버려야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보병 시대의 착각입니다. 

소위 '피난'을 가 본 경험이 만들어낸 허상이죠.

휴전선 인근에서 대포를 쏘거나 개성에서 미사일을 쏘면 서울 한복판에 도달할 때까지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70대 이상 노인들은 아무것도 할 사이 없이 전쟁은 끝날 것이고 많은 젊은이들은 전장으로 끌려나갈 것입니다. 

피난 갈 시간도 없이 전쟁이 끝나는 것이죠.

 

4. 젊은이들은 대신 죽는 도구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노인들은 자기가 살아온 시간 중 20~30대의 일을 가장 행복했다고 기억한다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20~30대는 지금 살고 있는 시기를 가장 힘든 시기라고 기억하고 있죠.

이것은 과거의 기억을 미화시고 좋은 일만 기억하려는 뇌의 작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70대들이 과거의 좋은 일만 기억하려는 건 알겠지만 이제 공산당, 공산주의는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은 전쟁터에서 사라지는 도구가 아니며, 노인들을 위해 죽어야 할 의무가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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