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신해철 닷컴 - http://shinhaechul.com/xe/photo/237 )

 

오늘은 신해철의 발인이 있는 날이다.

 

10월의 마지막날... 하늘마저 눈물을 흘리는 오늘 한줌의 재가 되어 세상에서 떠나는 날이다.

 

그는 독특한 음악인 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트롯 계열의 발라드와 달리 사람들에게 생소했던 록 음악을 들고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거머쥐었다.

 

내가 처음 본 그의 모습은 가수 신해철이 아닌 무한궤도의 노래 부르고 기타 치는 사람이었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 하는데...

....

내 삶이 끝날 때 까지 언제나 그댈 사랑해...

(무한궤도 - 그대에게)

 

이렇게 시작되고 끝나는 노래를 듣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그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가 만든 노래들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빠져 있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는

 

Fight! Be free! Destruction of th shell!

(넥스트 - 껍질의 파괴)

 

이라고 외치는 그의 노래가 나를 흔들었고,

 

대학교 진학에 실패 해 좌절하고 있을 때는,

 

나를 절망의 바닥 끝까지 떨어지게 하소서.
잊고 살아온 작은 행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겁에 질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라 해도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 입술을 주시고...

내 눈물이 마르면 더 큰 고난 닥쳐와
울부짖게 하시고 잠 못이루도록 하시며...

내가 죽는 날까지 내가 노력한것 그 이상은
그저 운으로 얻지 않게 뿌리치게 도와주시기를...

거친 비바람에도 모진 파도 속에도 흔들림없이
나를 커다란 날개를 주시어

멀리 날게 하소서 내가 날 수 있는 그 끝까지.

하지만 내등 뒷편에서 쓰러진 친구 부르면
아무 망설임없이 이제껏 달려온 그 길을
뒤돌아 달려가 안아줄 그런 넓은 가슴을 주소서.

(노땐스 - 기도)

 

모든 결과는 내 행위의 댓가라는 걸 다시한번 상기시켜 줬다.

 

그는 내 유년시절의 모든 것 이었다.

 

내가 대학에 가고 그도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감에 따라 그가 가진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힘쓰고, 약자를 위해 노력하고(그는 인디음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수많은 음악들을 작업했고,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사람들 본성에 있는 사랑을 흔들어 깨웠다.

 

날선 전사의 음악을 만들었지만 마초는 아니었다.

 

그가 남긴 달콤한 가사는 철학과 사랑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이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 해 또 한 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넥스트 - Here I stand for you)

 

점점 우아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그의 음악과 TV속에서의 독설을 들으며 나는 그와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싸웠다.

 

다른 팬들 위주의 가수들은 팬들의 반응에 민감하다.

 

어찌보면 아주 당연한 것이다. 연예인들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것이니까.

 

신해철도 그랬다. 팬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자신만의 방향만을 고집했다.

 

팬들은 그런 그와 싸우길 좋아했다.

 

그는 실수도 많이 했다.

 

마약사건도 있었고, 소위 '소신발언'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팬들은 그의 이런 모습에 비난하기도 하고 지지하기도 했지만,

 

그는 '소속사'뒤에 숨지 않은 거의 유일한 가수였다.

 

직접 해명했고 직접 싸웠다.

 

우리가 그를 더 기억하는 것은 그와 그 긴 시간동안 가졌던 이런 애증의 관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뻔히 속보이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신해철이 가수가 아닌 영업사원이 되었더라면 한국에 스티브 잡스가 되지 않았을까?

 

스티브 잡스의 현실왜곡장을 그는 만들 수 있었을것 같다.

 

 

그는 훌륭한 보컬도 아니었다.

 

신해철의 라이브를 들으면서 '노래 진짜 잘 부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것이다.

 

특히 팬의 입장에서 그의 앨범이 나올 때 마다 점점 발전하는 그의 보컬을 들으며 '오~ 이번엔 쫌 더 잘하네?'라며 쿡쿡 거리는 때가 훨씬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목소리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것은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면서 그걸 열정으로 소화시키려는 그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앨범은 그나마 몇번을 녹음해서 좋았지, 라이브 공연의 목소리는 앨범 만큼 부르지도 못했다.

 

그래도 그의 공연은 재미있었다.

 

심지어 공연보다 중간중간의 멘트가 더 재미있을 때도 있었다.

 

노래를 못한다고 해서 라이브가 엉망이라는게 아니다.

 

그의 라이브는 거의 완벽할 정도였다.

 

사운드 튜닝과 공연을 위한 준비, 컨셉 준비 등은 당시 다른 밴드 공연에서는 절대로 찾아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그는 한국 음악 차세대 선구자로 한 축을 든든하게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우리곁을 떠난다.

 

영원한 음악이 있는 곳으로 갈지, 그가 항상 원하던 그 구도의 끝으로 갈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갈 곳에서도 날카로운 그의 목소리가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이 노래 가사처럼...

 

바다 검푸른 물결 너머로 새는 날개를 펴고
바다 차가운 파도 거픔은 나를 깨우려 하네
슬픔도 기쁨도 좌절도 거친 욕망들도
저 바다가 마르기 전에 사라져 갈텐데
그대여 꿈을 꾸는가 너를 모두 불태울 힘든 꿈을
기나긴 고독 속에서 홀로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사라져가야 한다면 사라질 뿐 두려움 없이...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잘가요 마왕... 당신은 내 영웅이었고 최고의 뮤지션 이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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