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업을 한다. 작업량은 제법 된다.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무언가를 고치는 작업? 당연하다. 컴퓨터의 파일을 정리하는 작업? 물론 한다. 청소? 그건 늘 하는거고...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릴적에는 작업량이 이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어릴적엔 생각하는 영역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할게 많다. 생각할것도 많다. 주위에 둘러봐야 할 것도 많다.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게 아이와 어른의 차이라고 하지만 많은 어른의 옷을 입은 아이들은 그 환경의 변화에 불안해하고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그런 모습을 본 다른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얘기한다. 어리다고. 어른이 빨리 되라고.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속에 담겨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강한 '척'하는것 뿐이다. 그것말고는 없다.

 

잠깐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컴퓨터에 손을 댄다. 작업을 계속 진행하려 '노력'해 본다. 하지만 잘 될리가 없다. 이미 작업의 리듬은 끊겨버렸다. 짜증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누가 보채는 사람도 뭐라고 혼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초조하다.

 

손가락을 배배 꼬아본다. 괜시리 손바닥을 비벼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뭔가 떠오르는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행동을 해 보는 것이다. 한숨을 쉰다. 자신이 무능력한 사람이 아닌지 잠깐 반문해 보지만 이내 그렇지 않을거라고 스스로에게 자위하곤 한다.

 

오늘따라 하루종일 핸드폰이 멈춰있다. 전화한통, 문자한통 안온다. 아침부터 간헐적으로 열어본 터라 이제 신경의 영역 밖으로 두고 싶어진다. 하지만 몇년간의 습관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두뇌는 신호를 보내지만 습관은 허락하지 않는다. '습관이란게 무서운 거더군..'노래가사를 되뇌어봐도, 아무리 핸드폰을 째려봐도.. 변하는것은 없다.

 

핸드폰이 갑자기 책상 위에서 격렬한 진동을 한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연다. 손을 뻗고 있는 순간에도 몇십분의 일초씩 별의 별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누구한테 무슨 일이 생긴걸까?

나오라는 친구의 전화일까?

이력서 넣은곳에서 합격했다는 연락일까?

헤어진 옛 여자친구에게서 오는 전화일까?

학교일까?

귀찮은 교수님들이면 어쩌지?

혹시 핸드폰 미납요금 문자 아닐까?

이 모든 생각이 1초도 안되는 시간에 이루어진다. 사람 두뇌의 대단함을 새삼 다시 느낀다.

 

광고문자였다. 괜한 화풀이를 핸드폰에게 한다. 폴더를 소리나게 탁 접는다. 다시 마우스를 잡아본다. 작업이 될 리가 없다. 그냥 이리저리 클릭을 할 뿐이다. 클릭을 한다고 해서 변하는것은 없다. 그냥 시간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냉장고에서 맥주 한캔을 꺼내온다. 책상에서 그냥 마시기 시작한다. 안주 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맥주의 안주는 튀김류, 견과류, 오징어류. 이것을 제외하면 맥주 안주는 없다고 생각하자. 그게 속편하다. 혼자 있다고 해서 홀짝홀짝 마시지 않는다. 벌컥벌컥 마신다. 캔은 금방 동이 난다. 더 마시려고 입맛을 다셔봐도 냉장고에 더이상의 맥주는 없다. 가져온 맥주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다. 무언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특별히 문제되는일이 있는것도 아닌데.. 괜히 불안한가보다. 몸이나 이성은 잘 모르고있고 뇌만 기어억하고 있는 문제인가보다. 잠이 줄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되는데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게 문제다. 작은 방 안에서 그냥 멍하니 있는 것이다. 가끔 환기를 위해 움직여주는게 운동량의 전부다.

 

점차 맥주의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손은 다시 다른 맥주를 찾고 있는데 몸은 점점 무거워져 간다. 술은 좋은 수면제다. 매일이라고 할수는 없고.. 가끔. 그냥 가끔이다. 손에 힘이 빠진다. 그냥.. 힘이 빠진다.

 

눈을 감으려 누웠다. 이제 곧 잠이 들겠지. 그리곤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것을 느끼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네시간.. 다섯시간... 시간이 지난다. 근데 이놈의 시간이 멈출 생각을 안한다.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몸을 움직여서 꺼야 한다. 늘 그렇듯이 귀찮다.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그냥 둔다. 저러다 제풀에 꺼지겠지. 구형 알람이라 시간이 지나니 멈췄다. 그래 다행이군. 다시 시간을 보내는 상태로 돌입힌다.

 

시간이 한참 지났다. 일어나지질 않는다.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다. 그냥 잠이 계속 들어 있는 것이다. 아무오 오지 않는 작은 방 안에서 비명을 지르지 못하는 입을 가지고 그냥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든것은 시간에 따라 계속 진행되고 있다.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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