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 심 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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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죽은 벗길 수 없으니...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대로에서 만세를 부르겠다.

 

그날이 오면.

 

올까 올까 의심스럽지만

 

오길 희망한다.

 

레드가 바다를 본 적 없지만, 그 바다의 색이 그림에서 처럼 푸른색일거라고 희망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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