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석희의 뉴스쇼에 강신주 박사(이하 강신주)가 나와 대담을 했습니다. 대담의 내용은 베스트 셀러 ‘감정수업’이라는 책을 쓴 저자와의 만남정도로 크게 무게감이 있거나 한 대담은 아니었죠. 그런데 2014년을 요약 해 달라는 손석희의 질문에 강신주는 이렇게 운을 떼었습니다.


강신주와 손석희. (출처 : JTBC뉴스룸 캡쳐)

”2014년 한국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분노와 열광'이었습니다.”

분노와 열광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2014년의 한국사회에 대해 강신주 박사는 대단히 큰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강신주의 2014년 한국 사회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2014년 한국은 분노와 열광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분노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어떤 거대 세력으로부터 불평등한 억압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공유의 감정이다. 그런데 이런 억압을 주는 대상이 국가 기관이나 재벌 같은 거대 세력일 경우 정상적인 분노의 표출이 되지 않기 마련이므로 이 분노의 해소 대상이 이웃이나 약자에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회불안이 대단히 심화 될 것이다.

또한 다른 문제는 열광이다. 영화 명량이 1000만을 넘겼다(손석희가 1700만이라고 정정). 그리고 교황이 방문을 했다. 우리의 분노를 해소 해 줄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두 사람의 캐릭터가 겹친다. 이런 열광이 19세기 초반의 독일에서 나타났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사실 강신주는 강의에서 극단적인 표현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 해 주는 편이기 때문에 그의 강의는 30% 정도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한 귀로 흘리는 편입니다. 흘려보내는 70%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유머러스 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뺄 단어가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강신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말 한 것처럼 20세기 초반의 독일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 사회는 대단히 침체되어 있었습니다. 전쟁 후의 패배감으로 국민들은 패배주의에 휩싸여 있었고 승전국들의 패전국에 대한 보상문제 압박은 계속되었으며 바이마르 공화국은 국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장 훌륭한 민주주의 법 제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열광하는 아이콘인 나치 당과 히틀러에게 그 패권을 넘겨주어 ‘제 3제국’으로 독일은 넘어가게 됩니다.

      
히틀러와 괴벨스 (출처 : 위키백과 각 항목)

사람들은 흔히 나치 당과 제3제국, 그리고 히틀러에 대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나치 당도, 히틀러도 민주적인 투표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 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독일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분노를 대변 해 줄, 그리고 자기들의 권리를 보듬어 주고 독일인의 긍지를 다시 높여 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국민 대다수의 감정을 간파한 사람이 바로 나치당의 ‘괴벨스’라는 인물입니다.

‘지옥에서 온 악마’라고 그를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그는 선전의 천재였습니다. 국민들에게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어서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이 분노의 이유를 외부인들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괴벨스는 히틀러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열광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의 분노를 완벽하게 열광으로 바꾼 것입니다.
히틀러를 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해 괴벨스는 미디어를 완벽하게 활용했습니다. 끝없는 선전방송, 선전용 영화, 포스터 등 어디를 둘러봐도 독일은 옳다, 나치는 옳다, 우리는 옳다 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분노와 열광의 끝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 제 2차 대전이었죠.

5천만명 이상의 사망자와 씻을 수 없는 전쟁 후의 상처는 아직도 남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2014년의 대한민국은 유난히 많은 사건 사고가 사람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시작된 분노는 땅콩회항이라고 불리는 대한항공 회항사건으로 끝났습니다. 사람들은 이 뉴스를 보며 분노했습니다만, 분노를 삭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대체제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혹자는 요즘 자극적인 TV미디어들을 보며 3S전략(Sport, Sex, Scandle. 전두환이 사용한 심리 정책)이 다시 돌아온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1981년에 있었던 ‘국풍 81’은 박정희 사망 이후 전두환 정권에 대한 반대 분노를 희석시키고자 한 심리정책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지금은 그런 대규모 공연보다 더 쉽게 미디어 정복이 가능합니다. 카카오톡 하나만 미디어 수단으로 활용해도 어마어마 한 파급력을 가지게 됩니다.


국풍 81 포스터 (출처 : 인터넷 검색)

우려되는 점은 많은 사람들의 이러한 ‘해소되지 않는 분노’가 어디로 가는가 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람들의 분노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분노의 칼 끝은 사회적인 약자에게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증가되는 성 범죄들과 취약계층(노령층, 빈곤자들)에 대한 살인 등의 범죄가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증가했지만 그 사회적 지위 증가 만큼 사람들의 여성에 대한 정신적인 성숙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여성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여성들은 저임금과, 성추행/성폭행을 당해도 아직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그리고 법적인 완벽한 해결의 길은 요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우려점은 아이들 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폭력에 너무나도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폭력에 의한 피해를 입어도 말 할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폭력이 대부분 가정 안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입니다.
가정 폭력의 대략적인 프로세스는 이렇다고 합니다. 가장의 소득 감소 – 가정 내 불화 증가 – 가정 내 불화가 폭력의 형태로 자녀에게 나타남.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되면, 가정 내의 불화(부부간의 갈등)등은 성범죄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디선가 풀어야 되는데, 술이나 다른 유흥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지 않다면 이러한 욕구와 분노를 해소하기 가장 쉬운 대상은 여성이 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성 범죄가 증가된다는 것이죠.


성범죄 증가울 (출처 : http://blog.daum.net/smileru/8888410님의 블로그)

강신주도 이러한 사회적 분노의 칼 끝이 가정폭력, 즉 아이들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대단히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손석희 아나운서도 우려를 강하게 표시 했지만,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이 시작된지 겨우 4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뉴스는 슬픈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담배가격 인상으로 ‘개피담배’의 등장, 각종 요금의 인상과 끝없이 늘어나는 대출자금 이자, 고금리 대출로 힘들어지는 서민들….

올해는 작년보다 행복해지기를 바라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신주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분노의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할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에만 어렵지 그 다음에는 쉽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의 분노의 칼 끝은 어디에게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면 그 분노를 우리를 분노케 한 사람들에게 모두 함께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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