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시장을 바라보면 이제 책은 더이상 그 내용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여러가지 자료를 찾기 위해 1994년 신문을 봤다.

여러가지 광고 속에 눈에 띄는건 책 광고였다.

정말 많은 책 광고가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고, 문화 섹션엔 의례히 책이 그 자리에 있었다.

책 가격은 5천원. 짜장면이 2천원 하던 시절이니 그때도 책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어제 '유시민의 현대사 콘서트'를 다녀왔다.

유시민이 얼마전에 출간한 '나의 한국현대사'판매 10만부 돌파 기념 겸 책 내용에 대한 강연 대담회 였다.

http://semilee98.tistory.com/76

콘서트의 내용도 우울했지만(유시민 강연은 휼륭했다. 내용이 우울했다는 것이지) 출판인으로서 우울했던 건 콘서트 그 자체였다.

한권의 책을 내고 그 판촉을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것... 그게 우울했다.

'나의 한국현대사'가 많이 팔린건 그 내용이 훌륭해서일 것이다. 후에 리뷰하겠지만, 유시민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 어쩌면 돌베게 출판사에 신의 편집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이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책 내용도 재미있지만 마케팅도 독특했다.

표지에 있는 일러스트 스타일로 플립북(책장을 빠르게 넘기면 애니메이션처럼 진행되는 책)을 만든 것이다.

책과 함께 나왔는지, 책이 많이 팔려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홍보물이었다.

책과 영화의 콜라보, 책과 드라마의 콜라보, 책과 콘서트의 콜라보...

이런 크로스오버 콜라보레이션은 일본에서 많이 봤던 방식이었다.

과자회사와 완구회사의 콜라보(식완),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편의점의 콜라보(반다이+세븐일레븐)...

출판계에서 이런 장르를 넘어서서 결합된 컨텐츠들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시너지를 내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문제는 이런 콜라보레션을 할 수 있는 출판사가 얼마나 되겠냐는 점이다.

예전의 신문광고 역시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역간의 무리를 하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대형 출판사의 자본력을 앞세운 마케팅은 군소 출판사들은 넘보지도 못할 영역이다.

나는 마케팅을 위해 책을 장식용으로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는 것을 보면 두려움이 느껴진다.

창을 든 글자들이 튀어 나와 덤벼 들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자본이라는 힘을 입은 글자들.

어쩌면 지금은 컨텐츠 중심이었던 책이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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