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자신을 '쁘띠 부르주아'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유시민에게 국민은 'Citizen' 일까 'a nation' 일까.

유시민의 현대사 콘서트를 다녀왔다.

과자회사의 상술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강변하며 공연을 보여준 K양에게 우주만큼 감사를 드린다.

공연은 한강진 역 근처에 있는 '삼성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있었다.

유시민삼성... 묘한 조합이다.

처음엔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헤맸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가는 곳을 따라 가 보니 그곳에 오즈나라... 가 아니라 매표소가 있었다.

유시민 아저씨. 문재인 아저씨와 함께 카리스마 페이스.


매표소에서 표를 받으며 생각 해 보니 극장이 아닌 이런 홀에서 공연을 보는게 얼마만인지 까마득 했다.

그동안 너무 같힌 세계에 살았나보다.

공연장에 들어가 좌석 확인!

나란히 앉는 자리가 아니라 앞뒤로 앉는 자리... 한참을 웃었다.



이번에 예약한 자리는 공연장 2층 양쪽 끝 자리다.

언젠가 한번 꼭 앉아보고 싶었던! 막 VVIP막 이런 사람들이 앉던 그 자리!!

...인줄 알았 그냥 안보이고 불편한 자리였다.

같이 앉는 자리도 아니고 한줄로 앞만 보는 자리라 의자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거기에 앉으니 2층 스텐드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

공연중엔 촬영 및 이탈 금지라는 멘트와 함께 불이 꺼졌다.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의 목소리로 공연이 시작.

호소력 있는 나레이션으로 청중을 사로잡으며 3곡을 부른 뒤 오늘의 주인공 '나의 한국 현대사'의 저자 유시민님이 나왔다. (이하 유시민)

수백번의 강연회를 했지만 유료 강연회는 처음이라 스크립트를 이만큼 준비했다며 오늘 공연 중 가격 비율은 말로가 1만원, 김미화가 1만원, 장기하가 1만원, 자기는 5천원 이라고 진중권이 그러더라는 너스레와 함께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은 '어느 독일인 이야기'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운을 떼었다.

유시민은 20대 초반의 이대생과 구로공단의 노동자들을 대비하며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
박노해 시인의 '손무덤'을 인용하며 새마을 운동 시기의 고도 성장은 당시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
한국의 초기 민주주의는 혁명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졌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필요했다고.

그리고 -
마지막으로 희망을 이야기 했다.

현대에 이상적인 민주주의와 국민의 복지가 실천되고 있는 나라 중 독일이 있는데, 그 독일은 일차 세계대전 후 세워진 바이마르 공화국 이후 히틀러를 대통령으로 '투표'로 선출하고 이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민족이지만 과오를 딛고 지금 그들은 대단히 훌륭한 나라를 가지고 있다고.

우리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 그 날을 기다리며 분수령이 될 그 날을 위해 힘을 비축 해 놓아야 한다며 공연 1부를 마무리 했다.

강연자의 입이 막 풀리기 시작하는데 강연이 끝난 것 같아 아쉬웠다.

유시민은 스크립트를 읽는 타입보단 주제에 대해 줄줄 이야기 하는게 장점인데 너무 스크립트 대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프리스타일 래퍼에게 주최측이 제시하는 라임에 맞춰 랩 하라는 느낌?

1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 역사의 중심은 역사에 기록된 사람들이 아니라 그 역사속에 살아온 국민 모두가 중심이다 - 로 요약할 수 있다.

15분 간의 휴식 후 2부가 시작되었다.

2부는 김미화씨(이하 김미화)의 진행으로 유시민과 1부에 공연한 말로와 같이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김미화의 재치넘치는 진행으로 대담이 이어졌는데, 주로 과거의 시간들의 소한 이야기를 통해 현대를 반추하는 것이었다.

장발/미니스커트 단속, 삐라, 금지곡 등 지금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생각하며 웃음속에 칼을 숨겨 이야기 했다.

1부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유시민의 예리한 비꼼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발목을 잡는다'는 말로 마무리 되었다.

콘서트의 마지막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맡았다.

아쉽게도 차 시간 때문에 장기하의 공연은 끝까지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남은 이야기.

공연 진행이 매우 매끄럽지 못했다.

조명이 꺼지고 켜져야 할 때도 잘 안맞았고, 강연 도중 뒷부분의 사진도 타이밍이 안맞아 급하게 넘어가는가 하면 영상이 페이드 아웃 되다가 갑자기 동영상 플레이어 정지화면이 나오고 음량은 사람마다 다른 크기로 세팅되는 등 무료 강연회도 아닌데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2부의 대담에서 말로씨가 게스트로 과연 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유도하려 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없었다. 김미화씨도 좋아하는 진행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인 유시민에게 더 많은 마이크를 돌렸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줄평 - 기대만큼 유시민의 촌철살인 넘치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역사의 중심에 국민이 있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이야기로 훈훈한 시간이었다. 힘내자.


추신. 강연중에 사진은 찍지 말라면 찍지 말자. 찰칵찰칵 소리가...

추신2. 강연중에 과자는 먹지 말자. 제발 플리즈.

* 이 공연 관람기는 처음에 이야기 한 K양의 관람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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